300 Rise of an Empire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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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인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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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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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 신문 연재 글입니다.)
300 Rise of an Empire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흥행을 통해 부富와 명예를 움켜쥐어야 하는 영화 제작자들에게도,
영웅들의 애국심과 용맹스런 이야기는 항상 갈증 나는 주제다.
각색脚色이라고 하는 영화의 한 장르는 그래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뛰어난 주인공의
무용담을 뒷받침하는 커다란 힘이 된다.
물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각색 또한 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을 통해
매끄러운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말이다.
300제국의 부활은 각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재미를 더하며 각색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대목을 찾아보자면,
첫째로 스파르타의 왕비는 살라미스 해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테미시아와 대비의 구조를 보이며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페르시아의 여장부女丈夫 아르테미시아(Eva Green扮)의 존재다.
오늘의 심리분석은 영화 속의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여걸女傑 아르테미시아를 중심으로 살펴 보려한다.
아르테미시아는 실존 인물로 전쟁에 참전한 유일한 여성지휘관이다.
하지만 살라미스 해전 만큼은 극력 반대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그녀는 기상이 천부적으로 담대하고 용맹했으며 청년기에 이른 자식도 있는 나이든 여인이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색된 인물 아르테미시아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팜므 마탈적인 여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쟁 중에 그리스 군에게 부모와 가족이 살해당하는 불행 속에 빠진 어린 고아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노예선에 갇혀 몇 년을 끌려 다니며,
거친 선원들에게 온갖 성폭행을 당하는 여인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병이 들어 더 이상 가치가 없게 되자 어느 부둣가의 길바닥에 버림을 당한다.
아르테미시아가 당한 이런 불행만을 가지고 그녀의 심리분석을 진행한다 해도 참담하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보호 받아야할 여리고 순결한 여성성은 이미 수많은 남자들에 의해 짓밟히다 못해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만큼이나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인성의 파괴와 함께 당시 시대상에서 살던 여자인 그녀에게는 이미 죽음과도 같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다.
“난 오늘이라도 죽을 준비가 돼있어!” 전쟁터에서 그녀가 부하들에게 내뱉는 말이다.
부둣가에 버려져 죽음을 앞둔 그녀에게는 이미 복수심도 삶의 희망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적국이었던 페르시아 사절단에 의해 구조되고 전사로 키워진다.
자신을 짓밟고 부모를 죽인 철천지원수가 돼버린 그리스에 복수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피에 사무친 복수심으로 무장한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죽이는 악녀로 변해간다.
영화 속에 그녀는 잔인하고 나쁜 여자로 그려졌지만 개인의 불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옳고 그름은 각자가 가진 이익의 문제점을 드러낼 뿐이다.
그녀는 페르시아가 처한 전쟁의 승리라는 측면에 부합하며 최고의 여군으로 거듭난다.
10년전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는 마라톤 전쟁에서
아테네의 장군 테미스토클레스(설리반 스탭플턴)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그리스 전체의 영웅이 되었다.
무모한 정복 전쟁에서 패하고, 죽음을 당하게 된 다리우스 대왕은
“오직 신만이 그리스를 벌할 수 있고 복수할 수 있다”는
유언을 남기며 죽는다.
이는 아들 크세르크세스에게 더 이상 무모한 전쟁을 방지해 제국의 멸망을 막으려는 의중이 담긴 말이다.
이것은 당태종 이세민이 고구려에 패하고 나서 그의 아들들에게 남긴 유언을 패러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복수심으로 가득차서 이미 수많은 전쟁에서 혁혁한 승리를 이어온 아르테미시아는
아버지를 잃고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있는 젊은 왕자 크세르크세스를 다시 세운다.
그녀의 속삭임은 이렇다. “신神만이 그리스를 굴복시킨다면, 폐하는 신 같은 왕이 되실 것입니다.”
그녀는 남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왜냐하면 남자의 끝없는 야망과 정복욕을 자극해 강한 수컷으로
거듭나게 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테미시아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이미 최고로 강하고 우월한 여자가 되었기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고독한 여자가 되었다.
“1만 군사에 둘러싸여 있지만, 난 철저히 혼자다” 독백만이 그녀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한 전쟁의 극한 감정 속에서
그녀가 만난 가장 강한 적장 테미스토클레스를 회유하려 유혹한다.
하지만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국가관과 신념을 가진, 강한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녀의 배로 테미스토클레스를 초청하는 장면은
자신감에 찬 호기심과 두려움의 감정이 혼합되어 자신을 여는 것처럼 느껴진다.
흡사 밀림의 맹수들이 만나 서로를 탐색하며 사랑을 나누는 듯한 격렬한 정사 장면은,
그래서 자신을 능가하고 이끌어줄 강한 배우자를 찾는 본능적인 몸짓처럼 보여 진다.
전쟁으로 인해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비극을 여배우 에바 그린은
강렬한 눈빛과 몸짓으로 관객에게 모두 전달하고 있다.
종국終局에 그녀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적장으로 다시 만난 테미스토클레스에 의한 죽음을 받아들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무언無言으로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은 그의 손에 의해 죽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칼에 찔려서도 한발자국을 더 다가가려 하는 행동과
끝까지 눈을 마주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래서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의 애절한 몸짓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