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상담 종결 후기] 단순 진로 상담을 넘어서, 나에 대한 발견과 변화로
페이지 정보
본문
상담 계기
군에서 복무할 때 건축학과를 다니던 동기 형이 있었다.
형은 가끔 새벽에도 시간을 내어 건축 공부를 했다. 나는 안 힘드냐고 물었다.
그럴 때마다 형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거라며 웃곤 했다.
그 모습은 타의적으로 공부했던, 수동적인 나에게는 새로웠고 무언가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울림에서 조미료 같은 것이 아닌 순수한 행복을 간접적으로 느꼈고
어느새 형을 보면서 사람에게는 순수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천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군대에서 전역하고 자연스레 진로 고민을 했다.
주변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은 더욱 부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실패자라고 생각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이 떠올랐지만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자신도 없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정말 좋아하는지 잘하는지도 판단이 흐려지고 점점 걱정과 한숨은 늘어만 갔다.
확신이 안 서니 일단 복학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나랑 맞지도 않는 학과에 가는 것보다
자신의 직업 분야인 세무공무원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했고 앞이 보이지 않는 나는 쉽사리 설득당했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무얼 할지 스스로 정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가기만 하는 나에게 수험생활은 사방이 벽으로 된 어두운 방에서 출구를 찾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 달이 지났을 때 부모님께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고 내 기억으로는 아버지는 실망했던 것 같다.
나의 마음도 실망으로 가득 찼고 부끄러웠고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불안했던 나의 심리는 결국 깊은 수면 아래로 잠들어 버렸다.
완벽한 패배자라고 생각한 나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먹는 것, 운동하는 것 그 무엇도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만나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웠다. 당장 진로를 찾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너는 이 일이 천직이라고 말해줬으면 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으려면 뭐든지 해봐야 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당시 나의 상태는 너무나도 안 좋아 피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진로상담이라는 것을 찾았고 상담을 해보려던 찰나에 어머니가 진로보다 심리가 문제라고 하면서 심리상담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확실히 나의 심리는 정상이 아니었기에 진로상담을 하든 뭘 하든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느꼈고 그렇게 마인드원에 오게 되었다.
상담 후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달랐다. 내가 생각하는 심리 상담은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원장님은 물론 편안한 분위기를 이끄셨지만 냉철하게 문제를 자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느낌이 들었고
현실적으로 문제를 자각할 수 있게 점점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상담을 받으며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잊고 있었던 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표정을 자주 짓는지 그림과 글로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진로 이전에 심리상태의 문제가 있었다. 상담 초반에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쉽사리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손에 안 잡혔다. 그러나 점점 나의 문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상담 중반에는 개인적으로 화가 나는 순간도 있었다.
집단 상담을 하면서 상담사가 프로그램에서 설정한 권위적인 모습이 매우 싫었고 화가 났다. 상담을 그만두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무기력함에서 화남으로 변한 감정 때문인지 어느새 나의 에너지는 단번에 올라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내가 화가 많다는 사람인 것도 알 수 있었다. 점점 정신을 차리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보다 정확하게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와의 갈등, 중학교 때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되어 해결하지 않은 심리적 문제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진로 등의 문제를 맞닥뜨릴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데에 영향을 끼쳐왔던 것이었다.
이를 통해 확실히 나를 좀 더 객관화에서 볼 수 있었다. 눈치를 보고 융통성이 없는 등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화가 많아 평소에는 삭히다가 감정조절을 못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담이 끝나갈 때쯤 진로 고민이 사실은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저 수많은 사람이 당연히 진로 고민을 할 시기에 나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생각한 천직이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는 의사를 위해 진학하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서울대를 갔다가 재수를 하기도 하듯이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것은 사회의 기준이라고 생각했고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할 때 기쁘고 화나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파악하고 자신을 인정하고 통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진로 고민은 마땅히 해야 할 것이었고 단지 내가 나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저 나를 옭아매기만 했던 것이었다.
지금 보니 따뜻한 위로만 있는 상담보다 냉철하게 문제점을 파악해 자각하게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문제를 파악해 개선해 나가려는 마음가짐이 생겼고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전에는 살면서 당연하다고 느끼는 건강, 주위의 관계, 기회들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늘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주어지는 기회에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사람은 수많은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
어릴 때부터 예민하고 까다롭고 잡생각이 많던 나는 더욱이 알 수 있다.
우주의 수억 명 중 한 명으로 살기에 남이 볼 때는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한 개인은 사실 여러 가지로 얽힌 복잡한 존재이다.
사회에서는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 행복한 가정, 수많은 친구가 있는 인간관계가 선망되는 성공한 인생 코스이기에
웬만한 사람들은 이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경쟁하면서 살아간다.
여기서 사람들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비교하면서 불안감을 쌓는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행복하다면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어떤 삶을 살든 좋은 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소명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태어날 것을 사전에 약속하고 태어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운이다.
즉 어떻게 보면 우리는 태어나면서 목적을 이룬 것이다.
사람, 동물, 곤충, 미생물 중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니 말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단하고 확실히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고유한 개별적인 개인은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내가 저 사람처럼 되지 못했다고 고민을 늘어놓기보다는
나를 좀 되돌아보고 인정하고 무엇을 잊고 살고 있는지도 알고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해서 빠르게 깨닫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그 행복은 돈, 사회의 성공, 소박한 취미생활, 가족과의 시간 등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나 역시 아직 젊기에 겪지 못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나중에 복학하고 졸업하고 진로도 또 다시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고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나를 개선하게 해주는 마음가짐으로 볼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고민을 안 좋은 것이 아닌 결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실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고민이 있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고민을 하는 것으로 고민과 행복을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