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고 신기하게도 12회기 상담후 정상수치로 다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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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주말가족 형태였던 부모님으로 인해 어렸을 적
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언니에게 난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었다.
잦은 구타로 인해 몸도 마음도 아팠지만
바쁘고 없는 부모님한테 말할 시간도 말할 용기도 나에겐 없었다.
점점 갈수록 난 소심하고 조용한 사람이 되었지만
반대로 언니는 잠잘 때만 집에 있을 정도로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반항기에 접어들었고
항상 부모님한테 혼나는 언니를 보면서 난 저러면 안 되겠다.
언니랑 다르게 난 착한 딸이 되어야지란 생각을 하면서
늘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하라는대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살기위해 노력했다.
어느새 나는 성실하고, 믿음직스럽고, 책임감 있는 착한 딸이 되었지만,
내 생각이란게 없어 누군가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하지 않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었고,
밖에서 노는걸 안 좋다라고 여긴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도 않았기에 언제나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내가 가고 싶은 대학교에 붙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가서 공부할 자신도 없었고,
등록금도 내가 스스로 내야했기 때문에
차라리 돈을 벌자 하는 마음으로 포기하고
졸업 전부터 제과점 실습으로 나가있던 곳에 취업을 했다.
하지만 살면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을 힘들어하고
나에게 말거는걸 싫어하던 나는 손님을 상대해야하는 서비스직의 일을 했기에
고통과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느끼며
일을 그만두고 싶어했지만 대학교를 포기하고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부모님의 기대를 꺾을 수 없어 견디며 살았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가 정신이상자처럼 느껴질만큼 심각해져서
처음으로 치료를 받아야하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는 아무래도 기록이 남고 부모님이 알게 될까 두려워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며 고민하기를 1년.
1년동안 변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아주 큰 사건이 터지면서 일을 그만두고 삶을 포기하려했지만 용기가 없었던 난 죽지도 못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가 문득 죽지 못하면 살아야지 싶어 어떻게든 나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다찾다 알게 된 곳이 마인드원 심리상담 선릉센터였다.
상담을 신청하는것도 너무 어려웠던 나는 컴퓨터를 한시간이상 노려만 봤던것같다.
그러다 눈 질끈 감고 상담 예약을 눌렀다. 처음 방문했을 때 심장이 터질정도로 떨렸지만
윤정희 원장님께서 너무나도 안정적인 목소리로 대해주셔서 마음이 살짝 편안해졌다.
심리검사지를 받고 작성을 하고 나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상담.
원장님은 처음에 나의 위험회피가 100퍼센트라고 하셨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리고
새로운걸 시도를 안 하려 한다고 하시는데 부정할 수가 없었다.다른것들도 보는데
대체로 두려움이 크고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나왔다.
그리고 시작된 그림으로 나를 보는 시간.
나를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내가 느끼며 살았던
생각들을 쏟아내는데 전부 부정적인 생각들 뿐 이었고,
살면서 어느 누구한테도 시원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앓고 있던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놓으면서 이제까지 참아왔던 서러움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든 참아보려했지만 원장님의 다정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 이상 숨지 말라고
여기서는 하고싶은말 가리지말고 다 말하라고하는 것처럼 들려와 결국 울면서 다 말했던 것 같다.
항상 상담이 끝나기 전 원장님은 미션을 주셨다.
거창한 미션이 아닌 <이제껏 입어왔던 색이 아닌 다른색 옷 입어보기>
<치마 입어보기><사람만나는 모임가보기>와 같은 아주 사소한 미션.
평생을 밋밋하게만 살던 나에게 선생님은 “밝은 옷 입으면 이쁠꺼 같은데!”
“화장하면 정말 예쁘겠는데!” “다른사람은 누가 뭘 어떻게 입든 상관안해”
와 같은 용기와 희망을 부담스럽지 않게 주셨고,
나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아주 기뻐해주셨고,
난 그런 기뻐하시는 모습에 더 큰 용기를 얻어
내 변화를 당당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면서 아주 놀라운 일이 생겼다.
가장 큰 일은 내가 부모님한테 내 생각을 말한다는 것.
항상 싫어도 좋다했던 나는 이젠 싫으면 싫다 말하게 되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상대화도 하게 됐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말도 못하던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내가 말을 제일 많이 하기도 했고,
친구들을 만나도 다들 내가 말이 많아지고
표정도 많아져서 좋아보인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됐다.
이렇게 즐겁고 신나는걸 왜 이제까지 못하며 살아왔나 후회도 되지만
지금이라도 바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2회기 상담 마지막날 새롭게 검사지를 받고 다시 작성을 했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기대를 했는데 검사지를 보는내내 나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상담받기전 처음 위험회피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17까지 내려가 있었고,
대인예민성 수치가 80이상이였는데 정상수치로 다 떨어졌다.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하던 수치들도 전부 밑으로 내려가있었다.
전부 보면서 나는 이제까지 꽁꽁숨기고 갇혀있던 내 본모습이 이제야 나온 것 같다란 생각이 든다